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하나니 지으신 것이 하나라도 그 앞에 나타나지 않음이 없고 오직 만물이 우리를 상관하시는 자의 눈앞에 벌거벗은 것 같이 드러나느니라(히브리서 4:12-13)
개인적인 일이지만 약 1주 정도 이직을 두고 기도하고 고민하다, 마음 속으로는 이제 거의 확정 짓고 있었습니다. 야간조 작업으로 변경하면 지금 품고 있는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월급도 200만원 정도 오르고 중장비도 범용적으로 쓰이는 종류로 오래 자주 타며 익힐 수 있고, 회사에서 제일 신입으로서 해야 할 일에서도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몸이 좋지 않을 때 받아준 회사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있긴 했지만 요즘 워낙 비수기라 나간다고 하면 아쉽더라도 붙잡지는 않을 것인데다, 아직 정직원도 아니라서 부담도 적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회사 사장님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을 듣고 말았습니다. 눈치가 없고 볼 생각을 하지 않아 욕을 먹는 직원 하나를 당신이 불공을 드리는데도 변화하지 않는다고 교회를 데려가 달라는 말이었습니다. 언제 어떻게 사직에 대한 운을 띄울까 고민을 하던 저의 계획을 산산조각 내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신학대를 다니는 것을 아는 사장님이 농담으로 건낸 말일지라도 저는 그런 말이 그냥 나오지 않는, 영적 전쟁의 일부임을 압니다. 5월 28일 작성한 묵상에 언급했던 껄끄러운 동료 중 하나이기도 하며, 저는 그 동료를 해고하거나 엄하게 다루지 않는 사장님에게 솔직히 불만이 있었습니다. 인간적으로 존경은 하지만 리더로서는 그다지 신뢰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평가하고 있었는데 그리스도인으로서, 목회자에 뜻을 품고 있는 자로서 패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 월급이 오르면 도움을 드리고 싶은 선교사님들도 많이 알게 되었고, 선교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도 조금씩 시작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 원래의 생각대로 이직을 하고 이것 저것 계획을 실행한다고 할지라도, 주님이 저에게 진노하실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는 말씀을 따르려고 합니다.
사무엘이 가로되 여호와께서 번제와 다른 제사를 그 목소리 순종하는 것을 좋아하심 같이 좋아하시겠나이까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나으니(사무엘상 15:22)
예수께서 가라사대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는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마태복음 22:37-40)
목회자의 길은 둘째 치고, 그리스도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 영혼을 구원해 달라는 요청은 결코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불공을 드리는데도 안되고 있으니 도와주라는 부탁은 사장님의 영적 감각이 저보다 좋은 것 아닌가하는 고민이 될 정도입니다.
무겁고 아픈 마음으로 참석한 수요기도회의 주제도 저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듯 했습니다. 함께 기도하는 우리 형제 자매님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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