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용인만나교회 성전이 세워지고 이것저것 모자람이 많던 때 성전 주변에 화초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꽃씨를 뿌렸습니다. 그리고 주말에 돌아와 보니 제가 씨를 뿌린 곳 일부에 한 권사님이 블럭을 쌓아 두셨습니다. 싹이 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뿌리긴 했지만 그래도 더운 날 고생했는데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 권사님께 항의하지는 않았지만 주님께는 주님 위해서 고생했는데 왜 방해를 막아주지 않았냐고 기도로 따졌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블럭 사이에서 싹이 자라났습니다. 블럭이 없는 곳은 햇볕이 강해 싹이 자라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부끄럽기는 했지만 말씀 앞에 부서지는 복된 체험이었습니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은 자라나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주는 이는 아무 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나게 하시는 하나님 뿐이니라- 고린도전서 3:6-7
아직도 저는 제 생각대로 주님의 사랑과 방법을 판단합니다. 믿음에 대해서는 우리 교회가 성도도 많아지면 좋겠고, 화초도 풍성하고 보기 좋길 바라고, 다음세대 건물, 인력, 재정도 넉넉히 마련되길 바랐습니다. 제 자신에 대해서도 신학교 성적도 잘 나오길 원했고, 시간적 체력적 여유도 충분하길 기도했고, 다음 학기 등록금도 잘 마련 되길 바랐습니다. 주님이 함께 하시길 바라긴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용되는 것이 아닌 주님이 제게 사용되기를 바란 기도 제목들이었습니다.
성전장식팀 첫 사역을 시작하며 여러가지 계획의 실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모든 계획이 실패하거나 제가 가꾸던 초목이 고사하고 정리되더라도 사역을 통해서 예수님이 함께 해주신 기쁨과 영광의 흔적을 남기려고 합니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영히 서리라 하라, 이사야 40:8) 제 사역의 수고나 나눔의 수고를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은혜를 주신 주님을 화초로, 나눔으로 찬양함이 제게는 최고의 기쁨입니다.
사역의 성공은 작업의 완성도로 판단되는 것이 아님을 인지했습니다. 사역을 통해 은혜를 받으려던 마음도 내려 놓으려 합니다. 죽은 줄 알았던 초목에서 뿌리가 다시 번지고 싹이 트는 것을 보면, 제가 은혜를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주님은 제 영혼도 쉼 없이 빚고 계심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예수님만 바라고 원하는 복된 신앙생활을 소망합니다.
사진은 작년에 휠체어 계단 옆 화단에 심었던 꽃창포(또는 창포)입니다. 월동을 끝내고 간신히 살아남았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