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행렬이 지나가자 사람들은 조용히 일어선다. 모두들 입을 다문다. 두 손을 꼭 쥔다. 경건한 침묵이 흐른다. 하지만 예수님은 아니다. 나인 성에서의 그날은 아니다. 예수님이 죽은 소년의 어머니에게 다가가 뭐라고 귓속말을 하자 여인이 고개를 돌려 아들을 바라본다. 뭔가 마뜩찮은 표정이지만 드러내지는 않는다. 예수님이 관을 옮기는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내며 "잠깐 기다리라"고 하신다. 예수님이 죽은 소년 쪽으로 다가간다. 관 높이로 몸을 낮춘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기도하듯 소년의 시신을 내려다보신 게 아니라 명령하듯 시신을 향해 말씀하신다. "청년아 내가 네게 말하노니 일어나라!"(눅7:14). 학생들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말하는 선생님의 어조로, 혹은 아이들에게 비 맞고 다니지 말라고 말하는 엄마와 같은 권위로 예수께서는 그 죽은 소년에게 명령하신다. '죽은 상태로 있지 말라'고, 그리고 소년은 그 명령에 순종한다. 차가운 살갗에 온기가 돈다. 뻣뻣하던 팔다리가 움직인다. 창백하던 뺨에 홍조가 번진다. 사람들이 관을 내려놓자 소년은 펄쩍 뛰어내려 어머니 품에 안긴다. 예수께서 "그를 어머니에게"(눅7:15) 주신 것이다. 한 시간 후, 예수님은 사람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예수님은 농담도 하고 빵을 더 달라고 하신다. 이 모든 아이러니가 베드로에게 는 충격이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는 오직 하나님만이 들을 수 있는 나지막한 소리로 물었다. '당신은 이제 막 죽은 사람을 살리셨습니다! 죽은 자를 살릴 능력을 가진 분이시니 빛에 둘러싸여 있거나 천사들이 둘러싸고 있거나 가이사 수백 명보다 더 높은 보좌에 앉아 계셔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의 당신을 보십시오. 나 같은 사람이나 할 법한 농담을 하며 우리가 늘 먹는 음식을 드시고 있지 않습니까. 도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분은 인간인 동시에 하나님이시다. 우리에게는 구세주가 필요하지 않은가? 하나님이시기만 한 예수님은 우리를 창조할 수는 있으나 우리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인간이기만 한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할 수는 있으나 우리를 구원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하나님이신 동시에 인간이신 예수님이라면? 다가가 만져볼 수 있을 만큼 가까운 분. 믿고 의지할 수 있을 만큼 강한 분. 바로 옆집에 살고 계신 구세주이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