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주님과 함께하는 40일묵상 #15 예수님이 내 배에 오르실 때 그렇게 하니 고기를 잡은 것이 심히 많아 그물이 찢어지는지라(눅5:6) 예수님께 배가 필요하다. 베드로가 배를 구해드린다. 예수님이 설교를 하신다. 베드로는 흡족한 마음으로 귀를 기울인다. 그런데 아침나절에 예수님이 깊은 곳으로 나가 고기를 잡자고 하신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힐끗 쳐다본다. 지금은 고기 잡으러 나가기엔 너무 늦었어요, 하는 표정이다. 베드로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탄식하듯 말한다.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눅5:5). 베드로의 공허함이 느껴지는가? 아, 베드로는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난 피곤해요. 지칠 대로 지쳤다고요. 고기 잡으로 나가는 대신 밥 먹고 잠 좀 자고 싶다고요.' "물이 깊은 곳으로 나가라"고 주님이 지시하신다. 왜 깊은 물인가? 베드로가 모르는 무언가를 예수님은 알고 계셨던 것 아닐까? 고기떼를 찾는 건 그 고기떼를 만드신 하나님께는 아주 간단한 일이다. 예수님에게 갈릴리 바다는 1달라 숍에서 산 유리 어항과 같다. 내 생각에 베드로는 그물을 잡고 어깨 너머로 예수님을 쳐다봤을 것 같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물 무게 때문에 베드로의 몸이 이제 곧 물속으로 반쯤 빨려 들어갈 것을 아시고 슬쩍 미소를 지으셨을 듯싶다. 베드로의 팔이 물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동료들이 도와줄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 이윽고 은빛으로 퍼덕이는 물고기들이 순식간에 어부 네 사람과 그 목수의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다. 베드로는 잡은 물고기에서 눈을 들어 그리스도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그 순간, 처음으로 예수님을 본다. 고기떼 찾기의 명수 예수님이 아니다. 랍비 예수님이 아니다. 베드로가 본 것은 구세주이신 예수님이다. 베드로는 물고기떼 틈으로 얼굴을 파묻는다. 비린내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가 염려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서 나는 악취이다.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눅5:8). 그리스도는 베드로의 요구를 존중해줄 마음이 없으셨다. 그분은 스스로 실수투성이라고 고백하는 이들을 버리지 않으신다. 오히려 그 반대로 그런 이들을 불러 모으신다. "무서워하지 말라 이제 후로는 네가 사람을 취하리라"(눅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