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히12:2) 나와 함께 갈보리 언덕에 가보자. 로마 병사들이 예수님을 땅바닥으로 거칠게 밀어 넘어뜨린 후 나무 기둥에 대고 그분의 두 팔을 쭉 펴는 것을 지켜보라. 한 병사가 예수님의 팔뚝 위에 한쪽 무릎을 대고 앉아 그분의 손에 대못을 가져간다. 병사가 못을 내려치기 위해 망치를 들어 올리는 순간 예수님이 못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예수님은 그의 행동을 중단시킬 수 없었을까? 이두근을 한 번 움직이거나 주먹을 움켜쥐기만 해도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 저 손이 바다를 잠잠케 했던 그 손이 맞는가? 죽은 자를 다시 일으키던 손이 맞는가? 그러나 그분은 주먹을 쥐지 않는다. 못을 박는 순간 시간을 멈추시지도 않는다. 망치 소리가 땅땅 울리고 살갗이 찢어진다.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다가 이내 콸콸 흘러나온다. 그리고 이런 의문이 뒤따른다. 왜? 왜 예수님은 저항하지 않았을까?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대답한다. 맞는 말이다. 멋질 만큼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부분적으로만 맞는 말일 뿐이다. 거기에는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 예수님은 무언가를 보셨기에 그 상황에 순응한 것이다. 병사가 팔을 누를 때 예수님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셨다. 그리고 십자가 기둥에 뺨을 댄 자세로 그분은 보셨다. 하지만 그분은 다른 것도 보셨다. 자신의 손과 십자가 기둥 사이에 어떤 목록이 있었다. 아주 긴 목록. 우리가 저지른 실수의 목록. 우리의 정욕과 거짓말과 탐욕의 순간 그리고 방탕했던 세월. 우리 죄의 목록. 지난해의 바람직하지 못했던 결정. 지난주의 바람직하지 못했던 태도. 거기엔 당신이 저지른 실수의 목록이 백일하에 드러나 있다. 예수님은 그 목록을 보셨다! 그분은 그 죄의 대가가 죽음이라는 걸 알고 계셨다. 그 죄의 근원이 당신과 나라는 걸 알고 계셨고, 당신과 내가 없는 천국은 생각도 하기 싫으셨기에 십자가에 못 박히는 걸 기꺼이 선택하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