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막5:34) 보이는가? 그 여인의 손이? 마디마디 옹이 박힌 손. 여윈 손. 병든 손. 손톱에는 시커먼 때가 끼어 있고 피부는 얼룩덜룩하다. 군중의 무릎과 발 사이를 가만히 살펴보라. 사람들은 잰걸음으로 그리스도를 쫓고 있다. 그분은 걷고, 여인은 엉금엉금 긴다. 사람들에게 부딪쳐도 여인은 멈추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걸리적거린다고 여인에게 한마디씩 한다. 여인은 그래도 개의치 않는다. 여인은 지금 절박하다. 몸에서는 게속 피가 나온다.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앓아온 한 여자가 있어"(막5:25). 여인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돈도 없다. 집도 없다. 건강하지도 않다. 꿈은 황폐해졌고 믿음은 쪼그라들었다. 회당에도 반기는 사람이 없다. 마을에서도 불청객이다. 12년 동안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여인은 절망했다. 그런데 그 절망 속에서 번쩍 드는 생각이 있었다. 여인은 예수의 소문을 들었다(막5:27).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소문이 돌게 마련이다. 병자들의 사회도 예외는 아니며 오히려 더하다. 문둥병자와 불치병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 사이에 이런 소문이 돌고 있다. 예수님이 고쳐주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예수님이 오고 있다. 회당 지도자들의 초청을 받아 예수님이 가버나움으로 오고 계신 것이다. 사람들 무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여인은 생각한다. "내가 그의 옷에만 손을 대어도 구원을 받으리라"(막5:28). 여인은 이때다 싶어 마치 게가 기는 듯한 걸음으로 사람들을 뚫고 나아갔다. 무릎이 늑골에 부딪친다. "걸리적거리지 말고 비켜!" 누군가가 고함을 지른다. 여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게걸음을 재촉한다. 마침내 여인이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대자 "이에 그의 혈루 근원이 곧 마르매 병이 나은 줄을 몸에 깨달으니라"(막5:29). 생기가 몰려든다. 창백했던 뺨에 화색이 돈다. 가녀렸던 숨소리가 커진다. 병이 여인에게서 힘을 앗아갔다. 당신의 힘은 무엇이 앗아가는가? 재정 적자가? 독한 술이? 엉뚱한 사람 품에서 보낸 지난 며칠 밤이?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에서 보내는 지루한 나날이? 때 이른, 혹은 너무 자주 이루어지는 임신이? 당신의 손이 혹시 저 여인의 손 같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용기를 내라. 그리스도께서 그 손을 잡고 싶어 하신다. 사람들을 뚫고 당신의 손이 닿을 때 그분은 아신다. 당신의 손은 그분께서 잡아주고 싶어 하는 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