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나눔

제목사순절 주님을 만나는 40일 묵상 #36 비밀 친구2022-04-1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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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주님을 만나는 40일 묵상
#36 비밀 친구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체를 달라 하니 이에 빌라도가 내주라 명령하거늘(마27:58)

저기 오고 있는 두 사람은 친구 사이다. 비밀 친구이긴 하지만 어쨌든 친구는 친구이다. "저분을 십자가에서 내려주시오, 군인 양반. 시신 처리는 내가 하겠소"

병사는 가운데 있는 십자가에 사다리를 기대놓고 그 위로 올라가 십자가의 가로장을 세로 부분에 지탱시켜주고 있는 작은 쇠모루를 제거한다. 조금 있으면 오늘 할 일이 다 끝난다는 생각에 다른 두 명의 병사도 사이프러스나무로 만든 십자가의 가로대와 예수님의 시신을 땅에 내려놓는 힘든 일을 돕는다.

"자, 조심해요" 요셉이 말한다.
13cm 길이의 못이 딱딱한 판목에서 뽑힌다. 구세주를 감싸고 있는 시신을 들어 올려 커다란 바위 위에 놓는다.
"여기 있습니다" 초병이 말한다.
두 사람은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지만 잰 손놀림으로 시신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아리마대 요셉은 예수님의 머리 위쪽에 무릎을 꿇고 앉아 상처투성이 얼굴을 조심스레 닦아낸다. 겟세마네에서 기도할 때 흘린 피, 채찍에 맞고 가시 면류관에 찔려 흘린 피를 젖은 수건으로 깨끗이 닦아낸다. 닦기를 다 마치자 그는 눈을 질끈 감는다.

니고데모는 요셉이 가져온 고운 삼베 두루마리를 시신 옆 바위 위에 펼쳐놓는다. 두 유대인 지도자는 생명이 떠난 예수님의 몸을 들어 올려 삼베 천 위에 놓는다. 그리고 시신 여기저기에 향유를 붓는다. 주님의 뺨에 알로에를 발라드리면서 니고데모는 슬픔을 억누른다.

십자가에 못 박힌 왕의 얼굴로 그의 눈물이 떨어진다. 그는 잠시 손길을 멈추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낸다. 중년의 이 유대인은 그리움이 담긴 눈빛으로 젊은 갈릴리 사람을 바라본다.

예루살렘 상류 사회는 혁명가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는 두 종교 지도자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게 분명했다. 하지만 요셉과 니고데모에게 선택은 확실했다. 게다가 그들에게는 목숨보다 영혼의 구원이 훨씬 더 중요했다.
-맥스루케이도에게 배우는 복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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